♡코스메틱

변하는 시대..화장하는 남자들

쏭이양 2008. 4. 8. 01:20
화장하는 남자들
Hello mr. beautiful
 
1. 화장을 즐겼던 남자보이 조지와 그룹 컬처 클럽.
2. 메트로 섹슈얼의 원조? 그룹 듀란듀란.
3. 장 폴 고티에 메이크업의 광고 비주얼.

몇 달 전 한 신인배우를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다. 그는 머리를 기르고 귀를 뚫었으며 손톱엔 종종 검은 매니큐어를 바르곤 했다. 남자가 매니큐어를! 그것도 검은색을! 드디어 그를 만나게 되었을 때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그런데 저…매니큐어는 왜…바르시는 거예요?”질문 속도가‘버퍼링, 36% 변환 중’일정도로 느려진 건 ‘성정체성에 의심이 갑니다만 직접적으로 묻는 질문은 아니니 오해 마세요. 네?’라는 속내의 간접적 표출이었다. 대답은 0.1초만에 돌아왔다“. 그냥, 좋아서요.”왜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당황스러움과 황당함이 반반씩 섞인 표정과 함께다“. 에이~, 뭐 내킬 때 바르고 싫으면 지우고 그래요.”웃음 섞인 말투에는 이런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아~무 이유없어!’이제 남자들은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다듬는 ‘그루밍’수준이 아닌 피부 화장뿐 아니라 메이크업도하는 본격적인‘뷰티 케어’를 한다. 화장품 쇼핑은 엄마나 여자친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던 것에서 직접 구매하는 패턴으로 옮아간지 오래. 모 쇼핑 사이트에서 남성 2천5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본인의 화장품을 직접 구입하는 사람이 64%에 달했다. 이 중 파우더나 비비크림과 같은 메이크업 제품을 사본사람이 전체응답자의 20%, 특히 남성용 마스카라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백5명이나 됐다(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으니, 자신을 치장하는 남자들에게 성정체성을 운운하는 것은 ‘노인네’소리를 들을만한 구닥다리 사고방식 일수밖에!) 남자들의 치장법도 이렇게 달라졌지만 그걸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변했다. “한 10년 전 이던가. 모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과로로 입원해 노메이크업 얼굴이 공개됐을 때 그가‘입술 반영구 화장’을 받았음을 알아채곤‘꺅, 재수없어!’라며 몸서리를 쳤었어. 하지만 지금은, 아이라이너를 살짝 그리고 나오는 장근석을 보니 흐뭇하더라고‘. 이야, 귀여운줄 만 알았더니 섹시하기도 하구나?’”

남성화장의 시초는 먼 역사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시 시대에는 남자들이 몸에 그림을 그리거나 문신을 새겼고, 적과의 생존경쟁에서 승리했을 때 이를 내보이며 남성미를 과시했다고 한다. 또한 중세유럽의 귀족들은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피부를 선호했고 심지어 립스틱을 바르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얼굴이 희어야 귀티가나는 양반상이라 여겼고, 이를 위해 남자들은 백색의 고운 가루분을 바른 다음 세안해 피부를 뽀얗게 만들곤 했다. 20세기에 들어서자 남자들의 화장 패턴은 음악의 유행에 힘입어 점차 과감해졌다. 데이비드 보위로 대표되는 70년대 영국의 글램록 아이콘들은 웬만한 여자보다 파리한 몸매와 중성성을 드러내는 메이크업으로 섹시한 매력을 뿜어냈다. 80년대 팝그룹의 양대산맥인 듀란듀란과 컬처 클럽은 또 어떤가. 존 테일러의 촉촉하고 붉은 입술과 보이 조지의 노골적인 여장이 이들의 인기에 큰 보탬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바이 섹슈얼’ 혹은 때이른 ‘메트로 섹슈얼’ 비주얼은 소녀떼들을 열광케 했을지언정, 정작 남성들을 크게 움직이지는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시기 남성용 화장품 광고에는‘마초’ 컨셉트가 판을 쳤으니 말이다. 콧수염을 기른 찰슨 브론슨이 사막에서 총을 겨누고, ‘여러분의 덕화’가 양손바닥으로 스킨 로션을 힘차게 두드린 시기가 바로 70년대와 80년대 아니었던가.

2. 예쁘장한 남자 기무라 타쿠야는 일본 남자들의 롤모델.
3. 눈썹 정리가 깔끔한 슈퍼주니어 김희철.
4. 청순하기까지한 데이비드 보위.

사내가 화장하는데 부정적이던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남성상에 대해 선입견이 적은 에코 베이비붐 세대가 젊은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판도는 점차 달라졌다. 이들은 스킨 케어 제품을 직접 고르고 피부톤과 잡티를 걱정하는 까다로운 고객들. 카운터에는 셀프 태닝 로션이나 파우더를 찾는 문의가 늘었고, 지난해 온 나라를 휩쓴 비비크림 열풍은 남성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키니진도 처음 나왔을 때 다들 거부감을 가졌지만 이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남자들의 메이크업도 같은 맥락으로 점차 대중화되고 있어요. 저 또한 ‘남자가 무슨 화장이냐’며 화들짝 놀랐지만,
직업상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깔끔한 인상을 주는데 신경을 쓰다 보니, 화장 자체에 거부감이 없어지고 자신을 꾸미는데 부지런해졌죠. 남자들끼리 모이면 가끔 그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해요. 여성 잡지의 뷰티 칼럼을 참고 하기도 하고요.”APR 에이전시에서 홍보를 맡고있는 이윤준의 말이다. 그리하여 요즘 좀 센스 있다는 남성들은 기본스킨 로션 뿐아니라 아이크림과 자외선 차단제까지 바르는 것은 필수 사항이다. 여기에 비비크림이나 메이크업 베이스로 피부톤을 보정하고, 때론 컨실러로 잡티를 가린다. 눈썹을 다듬는 것은 기본. 눈썹의 빈 부위는 물론, 수염이 듬성듬성난 부위에도 펜슬이나 섀도로 메워준다. 조금 숙련된 기술자(?)들은 블러셔나 브론저를 약하게 넣어 건강한 혈색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가끔 특별한 날엔 하이라이터나 아이라이너를 추가한다. 피부 미용과 전신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1~2회 반신욕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않고, 디데이 전날엔 마스크팩을 해야 한다는 건 남자들이 더 잘 알고있다. 수염이나 다리털의 영구제모가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건 옛말. 덕분에 남성 전용 성형외과와 남성 전용 프로그램을 갖춘 스파의 수가 부쩍 늘었다. ‘화장하는 남자’ 트렌드의 선구자격은 사실 일본이다‘. 눈썹을 보면 한국 남자와 일본 남자를 가려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 일본남성에게 치장은 이미 보편적. 명문대에 진학한 모범생들 조차도 눈썹을 다듬고 화장을 고치느라 남자화장실에서 30분씩 지체한다는 풍경은 좀 처럼 상상이 안되지만 말이다. 땀에도 떨어지지않는 쌍꺼풀 라이너, 모공을 커버하는 오일 블록 에센스, 다리털을 녹여주는 제모 로션등 일본 남성들 사이에서는 좀더 ‘특화된’ 제품들이 인기이며, 전체적인 경기와 여성화장품 시장이 위축되어도 남성화장품 시장은 연10% 이상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경기가 좋아지면 여자들의 스커트 길이가 짧아진다고 했던가? 남성들의 미용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한편으론 경제 불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이 있다. 고용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취업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다 보면 남자들이‘외모경쟁력’에 투자하는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앞서 말한 일본에서의 현상도 이에 속했다)“. 요즘 남자의 좋은 외모는 단순히 호감을 주는 첫인상, 그 이상으로 작용해요. 대인관계와 사회성에도 영향을 적지않게 미치니, 넓게 보면 업무능력의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는 거죠.”어느 인사담당자의 말을 들어보면, 이제 남자들도 본격적인 외모 무한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아무데나 숭숭난 수염, 보라색으로 변해버린 여드름 자국, 햇볕에 촌스러운 빛깔로 그을린 피부톤을 소유한 ‘꼬질남’들이 점차 사라지고, 혼자서도 알아서 척척척 잘 꾸미는‘스스로 어른들’이 많아지는 건 반가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다가 여자보다 예쁜 남자들이 너무 많아지면 어떡하지? 그리고 나름대로 거친매력을 지닌 마초 스타일의 남자들이 지구상에서 아예 사라진다면 너무 아쉽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