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식객 ① - 허영만 화백 인터뷰
짭조름하고 비릿한 여수 촌놈
식객(食客)은 남의 집에 얹혀살며, 하는 일 없이 얻어먹으며 지내는 사람을 말한다. 허영만 화백은 취재에 나서면 어김없이 ‘식객’이 된다. 어지간한 음식점에서는 밥값 받을 생각도 안 한다. 심지어 꼭꼭 숨겨둔 맛의 주방까지 열어젖힌다. 식객도 이런 식객은 없지 싶다.
“꿀꺽”
기어이 침을 삼키고 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침 삼키는 소리가 화실 안에 울렸다. 창피할 일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군침이
돌듯, 침 넘어가는 맛있는 이야기도 있기 마련이다.
“옛날 고들빼기는 굉장히 써서 소금물에 반나절 쯤 우려내야 했어요. 내가 내려간다고 하면 어머니가 물에 담갔다가 다음 날 아침에 고들빼기 김치를 내오지요. 그 쌉쌀하고 톡 쏘는 맛이… 야, 이거 벌써 침 넘어가네. 지금도 그 맛이 그리워. 가끔씩 마누라한테 담가 달라고는 하는데 그 맛이 비극이고(웃음).”
‘굴무침’도 빠질 수 없다. 어릴 적 허 화백의 친구들이 오면, 초장에 무친 생굴에 바싹 구운 김가루를 뿌려서 내오셨다. 가끔씩 생각나 집에서 만들어보는데 그 맛이 나질 않았다. 무에 비밀이 숨었나 보니 식초 맛이더란다. 집에서 발효시킨 식초의 시큼한 맛이 굴무침을 맛깔스럽게 만들어주었다. 어미가 빚어지던 두 음식의 맛은 지금도 아련하다.
맛의 기원을 찾아가면 어쩔 수 없이 어미의 손맛이다. <식객>의 허영만 화백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탯줄을 끊고 가장 먼저 맛보는 것이 어미의 젖이니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식객>에는 유독 어머니나 가족에 관한 일화들이 많다. 제 00화 00000, 제 00화 00000, 제 00화 00000는 모두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요리야 제 각각이고, 레시피와 맛도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마음은 한가지다.
“내 생각에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이 미각을 완전히 점령해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항상 그리워하고 먹고 싶고 그런 거지. 난 시내 나가서 밥 먹을 때 가정식 백반 잘 하는데 없나 묻게 돼요. 그런 게 좋아요. 음식은 역시 손맛이에요. 손에서 찝찔한 맛도 나오고 그래야 해요.”
기어이 침을 삼키고 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침 삼키는 소리가 화실 안에 울렸다. 창피할 일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군침이
돌듯, 침 넘어가는 맛있는 이야기도 있기 마련이다.
“옛날 고들빼기는 굉장히 써서 소금물에 반나절 쯤 우려내야 했어요. 내가 내려간다고 하면 어머니가 물에 담갔다가 다음 날 아침에 고들빼기 김치를 내오지요. 그 쌉쌀하고 톡 쏘는 맛이… 야, 이거 벌써 침 넘어가네. 지금도 그 맛이 그리워. 가끔씩 마누라한테 담가 달라고는 하는데 그 맛이 비극이고(웃음).”
‘굴무침’도 빠질 수 없다. 어릴 적 허 화백의 친구들이 오면, 초장에 무친 생굴에 바싹 구운 김가루를 뿌려서 내오셨다. 가끔씩 생각나 집에서 만들어보는데 그 맛이 나질 않았다. 무에 비밀이 숨었나 보니 식초 맛이더란다. 집에서 발효시킨 식초의 시큼한 맛이 굴무침을 맛깔스럽게 만들어주었다. 어미가 빚어지던 두 음식의 맛은 지금도 아련하다.
맛의 기원을 찾아가면 어쩔 수 없이 어미의 손맛이다. <식객>의 허영만 화백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탯줄을 끊고 가장 먼저 맛보는 것이 어미의 젖이니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식객>에는 유독 어머니나 가족에 관한 일화들이 많다. 제 00화 00000, 제 00화 00000, 제 00화 00000는 모두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요리야 제 각각이고, 레시피와 맛도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마음은 한가지다.
“내 생각에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이 미각을 완전히 점령해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항상 그리워하고 먹고 싶고 그런 거지. 난 시내 나가서 밥 먹을 때 가정식 백반 잘 하는데 없나 묻게 돼요. 그런 게 좋아요. 음식은 역시 손맛이에요. 손에서 찝찔한 맛도 나오고 그래야 해요.”
식객의 혀는 가슴이다
<식객>은 맛을 소재로 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만화다. 허영만 화백은 <식객>을 위해 0년을 투자했다. 방대한 취재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식객>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얼마 전 허 화백과 대담을 나눴던 <미스터 초밥왕>의 테라사와 다이스케씨도 “..............”라고 말했다. 그가 부러워 한 <식객>의 ‘정서’는 사람이란다.
“비타민A, B, C 하는 식으로 맛을 분석하는 건 재미없어요. 요리하는 과정이나 방법만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가운데 음식을 끼워 넣는 거지요. 맛은 결국 고향 같은 거니까. 그래도 우선은 맛이 있어야 정서가 길어지긴 하죠.(웃음)”
‘어미의 맛이나 사람의 이야기’라 뭉뚱그리는 듯싶지만, <식객>의 맛은 그저 탐미에 그치지 않는다. 맛의 뿌리를 찾아가는 천로역정이다. 제 00화 대게를 취재할 때는 직접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여수가 고향인 그에게도 종일토록 불어대는 바닷바람은 견디기 힘들 만큼 매서웠다.
게를 잡아 올리는 과정을 하나하나 짚다 보면 절로 사람이나 삶이 떠오른다. 제 00화 정어리쌈은 체력이나 인내로도 해결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정어리와 대멸(큰 멸치)의 어원에 관한 논쟁이었다. 연재를 시작하고도 그 기원을 좀체 찾을 수가 없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끝내 원하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 제00화를 취재하면서는 김발에서 뜯어내는 재래식 김을 찾기 위해 남해와 서해를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녔다. 사소하게는 음식에 물리기도 한다.
제 30화 순대를 취재하는 날, 아침에 우연찮게 순댓국을 먹고 출발했다. 점심 때 충청도에 도착해서는 돼지고기를 구워먹고 또 순대를 삶아 먹었다. 저녁 취재는 돼지머리였다. 하루에 4차례나 부위별 돼지고기를 먹고 나니 입안에서 노린내가 났다. 그래도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이요, 세치 혀라고 근래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돼지국밥이다.
<식객>은 맛을 소재로 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만화다. 허영만 화백은 <식객>을 위해 0년을 투자했다. 방대한 취재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식객>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얼마 전 허 화백과 대담을 나눴던 <미스터 초밥왕>의 테라사와 다이스케씨도 “..............”라고 말했다. 그가 부러워 한 <식객>의 ‘정서’는 사람이란다.
“비타민A, B, C 하는 식으로 맛을 분석하는 건 재미없어요. 요리하는 과정이나 방법만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가운데 음식을 끼워 넣는 거지요. 맛은 결국 고향 같은 거니까. 그래도 우선은 맛이 있어야 정서가 길어지긴 하죠.(웃음)”
‘어미의 맛이나 사람의 이야기’라 뭉뚱그리는 듯싶지만, <식객>의 맛은 그저 탐미에 그치지 않는다. 맛의 뿌리를 찾아가는 천로역정이다. 제 00화 대게를 취재할 때는 직접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여수가 고향인 그에게도 종일토록 불어대는 바닷바람은 견디기 힘들 만큼 매서웠다.
게를 잡아 올리는 과정을 하나하나 짚다 보면 절로 사람이나 삶이 떠오른다. 제 00화 정어리쌈은 체력이나 인내로도 해결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정어리와 대멸(큰 멸치)의 어원에 관한 논쟁이었다. 연재를 시작하고도 그 기원을 좀체 찾을 수가 없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끝내 원하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 제00화를 취재하면서는 김발에서 뜯어내는 재래식 김을 찾기 위해 남해와 서해를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녔다. 사소하게는 음식에 물리기도 한다.
제 30화 순대를 취재하는 날, 아침에 우연찮게 순댓국을 먹고 출발했다. 점심 때 충청도에 도착해서는 돼지고기를 구워먹고 또 순대를 삶아 먹었다. 저녁 취재는 돼지머리였다. 하루에 4차례나 부위별 돼지고기를 먹고 나니 입안에서 노린내가 났다. 그래도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이요, 세치 혀라고 근래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돼지국밥이다.
“서울에는 돼지국밥 하는 집이 없다고 그래요. 하루 일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 출출한 속에 돼지국밥 말아 소주 한 병 곁들이면 딱이죠. 그게 요즘 자주 생각나요. 그 정서 때문만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국밥에 돼지고기 들어간다고 상스럽게 여겼어요. 그런데 국밥 한 숟가락에 부추를 듬뿍 얹어 먹으면 아주 맛있어요.”
결국 그도 여수에서 자란 ‘촌놈’이지 싶다. 깊은 맛을 좋아하고 구수한 정을 좋아한다. 단맛이 진한 음식은 몇 점 들지도 않고 젓가락을 놓아버리지만, 쓴맛이 강한 음식은 외려 입맛을 다시며 달려든다. 퓨전 음식이나 인공 조미료가 강한 음식은 손사래를 친다. <식객>에도 우리의 고유한 제철별미를 담고 싶단다.
“<식객>은 오래 준비했고 아직 이야기가 많아요. 중간도 안 왔다고 생각해요. 일본의 <맛의 달인>은 100권까지 나왔잖아요.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면 <식객>도 100권까지 연재할 수 있는 거지요. 관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준비하고 있어요. 쉽지 않겠지만 <식객>과 병행해 나가려고요.”
극중 성찬은 식객을 ‘맛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허 화백은 식객의 1권을 여는 진수와의 인터뷰에서, 맛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보면 허 화백을 이 시대에 ‘식객’이라 부르는 것도 그다지 무리가 아닐 듯싶다.
결국 그도 여수에서 자란 ‘촌놈’이지 싶다. 깊은 맛을 좋아하고 구수한 정을 좋아한다. 단맛이 진한 음식은 몇 점 들지도 않고 젓가락을 놓아버리지만, 쓴맛이 강한 음식은 외려 입맛을 다시며 달려든다. 퓨전 음식이나 인공 조미료가 강한 음식은 손사래를 친다. <식객>에도 우리의 고유한 제철별미를 담고 싶단다.
“<식객>은 오래 준비했고 아직 이야기가 많아요. 중간도 안 왔다고 생각해요. 일본의 <맛의 달인>은 100권까지 나왔잖아요.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면 <식객>도 100권까지 연재할 수 있는 거지요. 관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준비하고 있어요. 쉽지 않겠지만 <식객>과 병행해 나가려고요.”
극중 성찬은 식객을 ‘맛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허 화백은 식객의 1권을 여는 진수와의 인터뷰에서, 맛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보면 허 화백을 이 시대에 ‘식객’이라 부르는 것도 그다지 무리가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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