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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잊을 수 없는 그 맛 `두부`

쏭이양 2006. 10. 14. 23:25

잊을 수 없는 그 맛 '두부'

 

두부 한 모가 주는 행복과 추억이야기

 

 

# 아~ 옛날이여! 그 시절 손두부 맛이 그립다

날마다 오후 5시가 되면 어김없이 ‘딸랑’ ‘딸랑’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두부 장수가 차를 끌고 온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지역에 살다 보니 늦은 오후가 되면 두부를 실은 차의 종소리가 저녁찬거리를 마련해야 되는 때가 됐음을 알려준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종소리로 시간을 가늠하기도 하고, 가끔은 기억 저편에 가물가물한 어릴 적 추억 속으로 빠져 들 때도 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리어카에 두부나 콩나물을 싣고 마을에 들어선 두부장수 아저씨가 구성지게 종소리를 울려대며 ‘두부사려~’ ‘콩나물 사려~’를 외치곤 했다. 요즘 종소리는 일정하게 자동으로 울려 운치가 없지만, 그 시절 두부장수 아저씨가 손으로 치는 종소리는 특유의 울림과 음색이 가슴 속으로 파고들곤 했다.
두부 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뎅그렁, 뎅그렁’ 울리면 어머니와 나는 두부를 사기 위해 노란 양푼을 들고 나갔다. 두부장수가 커다란 판에서 한 모 두 모 베어주던, 아직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두부를 사던 일은 일상의 큰 기쁨이었다. 어머니는 큰 쪽을 받기라도 한 날엔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밥을 지으셨다. 두부가 요긴한 찬거리로 밥상에 올라오면 가족들의 젓가락은 연신 두부요리를 향해 춤을 추곤 했다. 그 때 그 손두부는 요즘의 공장 두부와 달리 색이 살짝 노릇한 끼를 띠고 맛도 훨씬 고소하고 풍부했다.
가족들 모두가 두부를 유난히 좋아했지만, 이상하게도 두부를 직접 만들어 먹었던 기억은 없다. 어머니께 여쭤보니 이웃 동네에 손두부를 잘 만드는 집이 있어 대부분 마을 사람들도 그 집 두부를 사서 먹었다고 했다. 잘 익은 김치와 김이 나는 따끈한 두부 한 접시만 있어도 행복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 추억 속의 두부맛 찾기는 계속된다. 쭉~

나와 남편은 두부 매니아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두부를 좋아하는 정도지만, 남편은 그야말로 열성팬이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두부에 담긴 추억이 나보다 더 각별한 듯하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남편은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신 두부 맛을 늘 그리워한다. 원래 시어머니의 음식 솜씨야 유별난 줄 알고 있지만, 두부까지 직접 만들어 먹었다니 정말 정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부는 잘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끓여 간수를 주어 만든 두부가 제일이야. 아무런 가미를 하지 않고 그냥 먹어도 그 맛이 어찌나 고소한지. 요즘 두부는 뭔가 빠진 것 같은 맛이야. 게다가 텁텁하고 왠지 거친 맛이 나. 또 두부를 만들 때 나오는 콩비지는 얼마나 맛있는데.”

 

 


 

남편의 두부타령은 결국 콩비지찌개 맛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나에게로 화살이 돌려지곤 한다. 요즘 두부가게나 마트에서 파는 콩비지는 생비지라 도저히 남편이 그리워 하는 그 맛을 낼 수 없다. 원래 콩비지는 하루 반 정도 띄워 충분히 삭은 비지장을 뚝배기에 배추김치와 함께 넣어 지져 먹는 별미인데, 생비지로 삭힌 맛을 내라니 당연히 무릴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아파트 단지 상가에 국산콩 두부집이 있어 두부를 사러 가는 일이 생활 속의 작은 즐거움 이었는데 아쉽게도 폐업을 해버렸다. 즉석 국산콩 두부가 식료품점에서 파는 공장두부보다 훨씬 비싸다 보니, 아마도 장사가 잘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대형 할인 마트에 갈 때면 이왕이면 즉석두부 코너에서 국산콩 두부를 산다. 역시 공장두부보다는 그 맛이 훨씬 낫다. 같은 즉석두부라도 마트마다 맛이 다르다. 내 입맛엔 H마트의 국산콩 두부가 제일 맛있다. 두부가 좀 무르긴 하지만, 즉석에서 만든 따끈한 두부를 사다가 김치와 함께 싸먹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남편도 H마트의 두부가 부드럽고 탱탱하면서도 고유의 고소한 맛이 살아 있어 추억 속의 두부 맛과 가장 흡사하다는 평이다.
그래도 왠지 2% 부족한 추억 속의 두부 맛 찾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쭉~ .
그런데 얼마 전에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신문 보도 내용을 보니 두부하면 떠오르는 대명사격인 브랜드 파워에 도전장을 내민 업체들이 생겨났다는 소식이었다. CJ와 D업체에서 프리미엄급 두부를 선보인다니 정말 기대된다. 더군다나 CJ의 경우 국산콩, 간수 외에는 인공첨가물을 전혀 쓰지 않고 만들어 전통 두부의 고소한 맛과 영양을 재현해 낸다니 그 맛이 기다려진다.
며칠 전 인터넷 쇼핑몰을 웹서핑 하다가 두부제조기가 인기상품의 반열에 올라있는 것 보고 관심이 갔다. 참살이 열풍으로 이제 두부도 국산콩을 직접 사서 만들어 먹겠다는 주부들이 많은 모양이다. 나도 잠시 망설였다. 워낙 두부와 두유를 좋아하다 보니 이왕이면 두부제조기를 사서 그 맛이 조금 거칠더라도 인공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참맛을 누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밥을 해먹기도 어려운 형편 아닌가! 결국 새로 출시될 프리미엄급 두부를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웰빙푸드, 두부에 대한 단상(斷想)

내 생각엔 두부의 매력은 외유내강형 식품이라는 데 있다. 겉보기에는 물컹하지만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하다. 콩의 단백질은 우유나 달걀 단백질의 85%~95%에 달하여 육류나 치즈의 대용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단, 날콩은 비릿한 맛이 나고 소화가 쉽지 않지만, 응고제를 넣어 만든 두부는 소화흡수율이 95%이상이나 돼 먹기도 쉽다. 또 두부 반 모에는 우유 한잔보다도 많은 칼슘이 들어 있으며, 칼륨 등 무기질이 들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웰빙푸드이다.

 

 

두부의 또 다른 매력은 집에서도 쉽게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두부 자체만으로도 그 맛이 훌륭하고, 소스나 양념을 더하면 변화무쌍한 두부요리를 만들 수 있다. 흔하게 먹는 두부김치와 두부전 뿐 아니라 두부전골, 두부찜, 순두부찌개 등도 찬으로 그만이다.
늘 반찬으로만 먹는 두부요리가 식상하다면 야채와 드레싱을 곁들여 보자. 우선 생두부를 먹기 좋은 굵기로 썰어내고 기호에 따라 각각의 소스를 준비해 곁들이면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은 신선한 두부요리를 먹을 수 있다. 진간장, 다시마 우린 물, 다진 파마늘, 고춧가루, 깨소금, 들깨가루, 참기름, 호두가루, 소금 등으로 입맛에 맞게 만든 드레싱만 곁들이면 된다.
아니면 생두부 야채 샐러드는 어떨까? 샐러드에 사용할 채소류는 얼음물에 씻어 차갑게 보관해 두었다 미리 냉장해둔 드레싱을 뿌려 맛을 내면 된다. 이 때 전통 된장과 고추장을 이용한 퓨전 드레싱으로 맛을 내면 색다르다. (우리 부부가 즐겨 먹는 생두부 요리다^^)
요즘은 해외에서도 두부가 웰빙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겨울 뉴욕 타임즈 ‘외식(Dining Out)’면 머리기사로 순두부 찌개가 이상적인 겨울 음식이라는 보도와 함께 맨하튼에 있는 ‘초당골’ ‘서울가든’ ‘이화’ 등 두부요리 한국식당을 집중 소개했을 정도다.
또 미국에서는 두부가 ‘토푸(Tofu)’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고 있다. 두부는 원래 중국에서 발명되었지만 일본인들이 두부를 서양에 알린 탓에 그 이름도 ‘토푸’가 돼버린 것이다. 두부의 기원을 보면 약 2천년 전 한나라 류안이 회남왕으로 있을 때 처음 만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두부문화는 중국에서 개발되어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전통 있는 두부로 고치시의 당인 두부를 치는데, 바로 임진왜란 때 끌려갔던 경주 성장 박호인이 그 두부를 만든 원조라는 설이 있다.
우리 문헌에서 두부에 관한 최초 기록은 고려말기 성리학자 이색의 <목은집>에 “나물국 오래 먹어 맛을 못 느끼더니 두부가 새로운 맛을 돋우어 주네. 이 없는 사람 먹기 좋고 늙은 몸 양생에 더없이 알맞다’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이 처음이다. 이 기록으로 보아 두부는 고려시대에 송나라와 원나라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두부는 주로 사찰음식이나 희귀식품으로 존재하다가 조선조에 이르러 대중화 되었다.
속칭 명가의 규수가 되려면 33가지 두부만들기, 33가지 장담그기, 33가지 김치 담그기 등 99가지 솜씨를 지녀야 한다 했다니 두부조리법이 얼마나 다양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다채로웠던 우리나라 두부조리 가공법은 안타깝게도 계승 발전 되지 못하고 이젠 ‘손두부’ 만이 옛날의 맛과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우리 전통 두부의 참 맛을 살려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Tips!! 어디서 맛볼까

웰빙 열풍이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재료 가운데 ‘참살이 시대’의 식생활을 주도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콩이다. 특히 콩으로 만든 장(醬)과 두부는 우리네 전통식단에서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을 제공해 줄 뿐 아미라 각종 영양소도 많아 대표적인 웰빙식품이다.
콩은 그 자체로 요리를 해도 좋지만 두부로 재가공 되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두부는 남녀노소를 가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는 먹을거리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웰빙 바람을 타고 국내 외식가에도 이색적인 두부요리 전문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맛있는 웰빙푸드 ‘두부요리’로 건강도 챙기고 봄 입맛을 살려 보는 건 어떨까?
서울 중구 태평로 정원순두부(02-755-7139)와 구기터널 지나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두부요리 전문점 '옛날 민속집'(02-379-7129)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업소다.

또 테이크아웃 두부전문점인 두부다(02-730-6370)는 유기농 콩과 천연조미료를 사용해 2천원대의 메뉴 22가지를 선보인다. 연두부 위에 야채와 버섯, 해산물 등을 토핑한 메뉴인데 다이어트에 민감한 직장 여성과 담백한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한 끼 식사와 야식으로 인기다. 토핑에 따라 맛이 다르므로 취향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된다. 단, 두부요리는 상큼하고 색다른 맛은 좋지만 한 끼 식사로는 양이 부족한 듯 하니 세트메뉴나 식사메뉴와 함께 먹는 편이 낫다.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콩두(02-722-0272)는 한식을 기본으로 서양 스타일을 가미한 다양한 콩과 두부요리를 즐기기에 좋다.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두부스테이크를 추천할 만하다.
서울 광화문의 ‘나무가 있는 집’과 인사동 ‘지리산’도 두부요리 맛집으로 미식가들에게 인기다. 나무가 있는 집(02-737-3888)은 두부 자체 맛을 그대로 살린 통두부 부침, 삶은 돼지고기와 겉을 고소하게 살짝 튀겨낸 두부에 매콤한 중국식 소스를 가마한 ‘두부한마당’은 이 집의 별미. 김치 두부보쌈, 청경채마파두부도 꼭 한번 맛 보시길.
‘지리산’(02-732-4696)은 강원도 철원산 콩과 속초에서 공수한 간수로 매일 아침 만드는 두부가 이 곳의 자랑. 얼큰한 두부전골, 평양식 콩비지, 숨두부, 생두부 등 두부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집이다.

 

이밖에 춘천에 가면 숨은 두부 맛집이 있다.(내 마음 속에 찜해 둔 맛집이다^^)
두부요리전문점 ‘대가(大家)’(033-252-5622)는 직접 만든 두부가 고소하고 마치 색동옷을 입은 것처럼 색도 곱다. 
 두부구이, 색동두부전골, 색동 포두부 쌈 등 맛깔 난 두부요리가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집이다. 두부와 강원도 황태, 그리고 대하가 어우러져 맛의 조화가 기막힌 ‘색동두부 전골’은 황태의 시원하고 구수한 국물맛과 얼큰한 양념의 조화가 제대로다. 여기에 대하가 감칠맛을 더하는 전골은 두부의 고소함과 칼칼한 뒷맛이 잘 어울린다.
특히 색색의 두부를 눌러 만든 포두부 쌈이 압권인 ‘색동 포두부쌈’은 그 맛이 정말 감동적이다. 우선 두부로 쌈을 싸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게다. 물론 맛도 기막히다. 포두부의 고소한 맛과 특유의 질감이 수육과 잘 어울린다. 근래들어 발견한 맛집 가운데 정말 메뉴개발이 돋보이는 집이다.

 

 
<조이2푸드 톡톡 쉐이크> 이진랑의 음식에세이
 글 / 이진랑  사진 / CJ(주) 조이2푸드
출처 : 잊을 수 없는 그 맛 `두부`
글쓴이 : 이지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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