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메틱

가을을 점령한 브라운톤 컬러

쏭이양 2010. 9. 29. 00:07
캐러멜, 코코아, 초콜릿, 휘핑크림, 카푸치노, 브라우니 등 올 가을 백스테이지는 온통 밀키한 컬러들로 가득했다. 가을 하면 으레 득세했던 블랙을 물리친 이들 브라운톤 컬러들로 올가을은 한층 부드럽고 온화해질 전망이다.
이현이의 골드빛 아이섀도는 맥의 ‘미네랄라이즈 아이섀도우 듀오’ 일루저너리&버닝 앰비션, 누디한 베이지컬러의 립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실크 립스틱’ 89번, 송경아의 아이 메이크업은 바디숍의 ‘쉬머큐브 팔레트’ 6번, 립 컬러는 샤넬의 ‘루쥬코코’ 06번. 베레모는 모두 캉골. 화이트 터틀넥은 월포드, 가죽 원피스는 마쥬.

Brown is New Black! 패션의 외침은 뷰티 월드에도 전파됐다. 2010 F/W트렌드의 안테나는 시크한 블랙 아이라인,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 위 레드 립스틱에서 벗어나 캐러멜, 코코아, 크림, 초콜릿 등 달콤함을 풍기는 여성스러움으로 돌아섰다. 이 컬러들은 두 개의 큰 줄기로 갈라지는데, 그 첫 번째는 피부에 녹아들듯 내추럴하게 표현되는 카멜/ 베이지/ 골드 컬러, 다른 하나는 딥한 아이 메이크업을 동반한 풀메이크업으로 연출되는 카카오/ 카키/ 퍼플브라운 등의 컬러 레인지다. 공통점은 진하든, 연하든, 반짝이든, 매트하든 컬러 톤이 따스하다는것! 올 가을은 페일해서 시크하기 보다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포근함이 여자들 얼굴에 내려앉을 예정이란 말씀!

먼저 랄프 로렌 쇼를 보자. 톰 페슈는 골든 리트리버를 연상시키는 카멜, 골드 컬러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여름 동안 요트에서 선탠을 즐겼을 법한 피부(밀크 캐러멜이 녹아든것 같은 컬러)와 미세하게 빛나는 골드빛 하이라이터로 연출된 이 룩을 그는 클래식 랄프 로렌 룩이라고 칭했다. 화장을 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따뜻한 톤의 옐로 계열 파운데이션(필수 아이템!)을 꼼꼼하게 바르고 골드 펄을 함유한 하이라이터를 경계가 지지 않도록 정교하게 블렌딩하는 것이 포인트! 마크 패스트 쇼를 담당했던 엠마화이트는 이를 위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맥의 미네랄라이즈를 추천했다. “정말 환상적이죠. 크림, 피치를 띠는 골드 피그먼트가 마치 피부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듯한 빛을 만들어주거든요.” 아이 메이크업 또한 같은 계열(카멜, 호박, 골드 컬러 등)로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그렇다면 립 컬러는? 프링글 쇼를 담당한 샬롯 틸버리에게서 팁을 얻어보자. “양송이의 크리미한 베이지, 핑키한 브라운 컬러로 누디하게 연출했습니다. 이때 아랫입술의 립 라인은 직사각형 느낌이 나도록 모양을 잡아주죠. 도톰해 보이죠? 그 다음 립크림을 발라 입술이 촉촉하고 건강하게 보이도록 마무리했습니다.” 이는 그녀가 1920년대를 연상시킨다는 카멜 컬러 아이섀도와 세련되게 썩 잘 어울렸다. 클로에 쇼에서는 오렌지빛이 도는 카멜 베이지가 입술을 물들였고, 구찌쇼에서는 자줏빛 브라운 컬러가 선택됐다. 또 빅터 앤 롤프 쇼에서는 그야말로 파운데이션을 바른 듯한 누드 베이지 컬러를 입술에 사용해 미니멀한 룩을 보여줬다. 구찌 쇼를 맡은 후세인 카라얀은 특히 브라운 컬러에 열광하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어딜 가나 브라운이에요. 전 워낙 브라운을 사랑해서 늘 브라운을 사용하고 싶어 하죠. 제가 ‘오! 이번엔 브라운 립으로 가볼까요?’ 라고 말하면 모두가 ‘오, 제발!’ 이라고 외칠 정도랍니다. 하하. 특히 구찌 쇼에서는 드디어 저만의 브라운을 찾아냈어요! 파운데이션과 믹스를 해서요. 세련되고 건강해 보이면서 약간은 무심한 듯, 그러면서 프렌치 스타일로 말이죠!”

이렇듯 내추럴하게 사용된 브라운은 우아하고 자연스러운 여성미를 강조하는 데도 그만이지만, 카카오/ 에스프레소/ 카키/ 퍼플 브라운 컬러 등은 강렬하면서도 고혹적인 또 다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재주가 있다. 특히 붉은빛이 도는 립스틱과 만났을 때는 더더욱!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은 깊이 있는 눈매를 연출하고, 홍시 색상을 섞은 듯한 레드, 톤 다운된 벽돌빛 레드 컬러를 립메이크업에 사용해보라고 조언한다(절대 선명한 레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원 포인트 메이크업을 말하지만 늘 예외는 존재하죠. 과거 이브 생 로랑의 르 스모킹을 입은 여자를 상상해보세요. 슬릭하고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눈도 입술도 진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데, 정말 섹시하고 아름답죠. 브라운은 레드와 통하는 컬러이기 때문이에요.” 그의 말은 소니아 리키엘, DKNY쇼를 보면 한층 명확해진다. 브라운, 커피 브라운 아이섀도와 벽돌빛 립스틱의 만남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 상류층 여성들을 보는 듯 고급스러움을 물씬 풍겼다. 이런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90년대 초 대히트했던 마몽드 CF속 이영애(당시 대한민국 여자들은 모두 이 메이크업 따라 했을 정도!)가 떠올랐다. 케이트 모스, 드류 베리모어, 커트니 러브로 대변되며 90년대 대한민국을 점령했던 바로 세 가지! 건강해 보이는 피부톤, 붉은빛이 도는 브라운 아이섀도, 벽돌색 매트 립스틱 말이다. 다이안 켄달은 알렉산더 왕 쇼에 바로 이 메이크업을 새롭게 구현했다. “레드 브라운, 세피아, 테라코타 섀이드를 믹스해 사용하고 화려해 보이도록 글로스까지 얹었습니다. 눈썹 바로 아래까지 섀도를 발랐죠. 바로 90년대 초 케이트 모스의 모습이죠!” 다만 박태윤은 과거로 회귀한 듯 나이 들어 보이는 브라운 메이크업의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 메이크업 시 그러데이션을 하지말 것’, 그리고 ‘눈 점막까지 꼼꼼하게 라인을 그려줄 것’을 당부했다.

이렇듯 팜므 파탈, 마녀를 연상시키는 블랙 스모키 메이크업과 달리 브라운 스모키 아이는 진해도 여전히 여성스러움을 담고 있는 매력덩어리! 이런 매력에 빠져 브라운에 한 표를 던진 백스테이지는 한둘이 아니다. “블랙, 차콜 같은 컬러 대신에 다크 브라운의 매트 크림 컬러를 눈 전체에 사용했습니다. 정말 세련된 텍스처의 아이 메이크업이 완성됐죠.” 예거 쇼를 담당한 머레이뿐만 아니라 오스카 드 라 렌타 쇼를 담당한 구찌 웨스트만 또한 같은 선택을 했다. “브라운과 골드의 향연이죠. 다크하고 반짝이는 섀도를 눈앞머리에 사용해 강렬한 눈매를 표현했어요. 방금 눈썹에 사용했던 라이트 브라운도 함께 믹스했죠.”카발리 쇼를 담당한 팻 맥그래스는 버건디빛이 도는 브라운으로 이국적인 스모키 메이크업을, 에트로 쇼의 샬롯 틸버리는 브라운으로 마치그늘이 진 듯 자연스럽게 연출된 소프트한 스모키룩을 완성시켰다.

W 퓨리피 우현증 원장은 이 같은 컬러의 세대교체를 두손 들어 환영했다. “카멜/ 브라운/ 골드 등은 한국인의 얼굴에서 어색하지 않게 음영과 깊이감을 넓힐 수 있는 유일한 컬러입니다. 노란빛이 도는 동양인 피부에서 그레이/ 블랙/ 네이비 등의 컬러는 혼자 튀거나 어색하기 십상이거든요. 특히 이번 시즌에는 하이라이트와 짙은 포인트컬러보다는 중간 톤이 메인이 되도록 연출하세요. 제가 드라마 <봄날>에서 고현정 씨 메이크업을 담당했을 때 즐겨 사용했던 방식인데, 포인트 컬러를 먼저 쓰고, 중간 컬러를 쌍꺼풀 라인 위에 겹쳐서(약간 위로 넘어서도록) 펴발라 줍니다. 이때 아이홀을 따라 바르지 마세요. 눈이 꺼져 보이고 그렇지 않아도 짧은 동양인의 눈이 더 좁아 보이니까요. 마치 날개를 펼친 듯 눈꼬리 뒤쪽으로 빼주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브라운은 자칫 나이 들어 보일 수 있고, 레드 브라운은 부어 보이고, 베이지는 아파 보일 수 있다는 것. 이런 불상사를 막고 싶다면 우현증 원장의 조언에 귀 기울이자. 첫째, 자신이 없다면 소프트하게 발색되는 섀도와 펄감 있는 텍스처를 선택하자(이번 시즌 트렌드가 매트 브라운이긴 하지만)! 둘째, 초보자는 붉은빛이 도는 브라운을 피하라. 골드나 카멜같이 베이지, 옐로 계열의 브라운을 선택하자! 셋째, 먼저 포인트 컬러를 바른 후 중간 톤 섀도를바른다! 대부분 반대로 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렇게 하면 얼룩지기 십상이다. 넷째, 나이 들어 보이고 싶지 않다면 핑크빛과 펄감이 더해진 브라운을 선택하고, 언더라인에 하이라이트를 넣어 애교살을 강조하라! 다섯째, 브라운과 레드는 비슷하게 작동한다. 브라운 아이 메이크업을 하고 블러셔까지 과해지면 얼굴이 전체적으로 붉고 나이 들어 보일 수 있으니, 아이 메이크업의 브라운 컬러가 강조되도록 피부톤은 가볍게 하자! 자, 올 가을 ‘노티난다’는 오명을 씻고 브라운이 부활했다. 더 이상 브라운을 얕보지 말라. 올가을엔 브라운이 대세다.
에디터 이화진
포토그래퍼 이건호
스탭 헤어/김승원, 메이크업 / 류현정(aM)
모델 이현이, 송경아